광주MBC- 유인촌 장관에게 듣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장관에게 듣는다

진행자(김기태 교수) : 요즘 세계화 추세를 보더라도 도시의 성장 동력을 문화로 삼는 게 추세이기도 하고 또 미래 산업의 가능성이라고도 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문화를 성장 동력으로 한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유인촌 장관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게 쉬울 것 같습니다. 요즘에 관광의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제주도의 올레길입니다. 민간단체의 몇 분이 노력을 해서 올레라는 길을 다시 만들어 놓은 거거든요. 조금 조금씩 작업을 해서 오솔길을 제주도를 빙 돌며 일궈서 이제는 반 정도를 했습니다. 250킬로 정도를 했는데 앞으로도 250킬로를 더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전체가 다 둘러지거든요. 그런데 거기에는 특별한 문화적인 시설을 한 것도 없습니다. 사실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길만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도 제주도 올레길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번 가신 분들이 또 가시기도 하죠. 이렇게 형상화되지 않은 문화라는 상품을 통해서 경제적인 효과도 생길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예전에는 자동차도 안 들어가는 길이고 사람도 많이 안 찾아온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가다보면 작은 어촌을 여러 개 만납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큰 호텔로 다시 나가기는 힘들어요. 그러다보니까 그 작은 어촌의 포구에서 자게 되고 먹게 되고, 그렇게 그런 작은 마을에 사람이 오게 되니까 또 기념품도 팔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지역 경제가 좋아지는 거죠. 요즘은 그런 게 정말 너무너무 신기합니다. 그러니까 제조업처럼 어떤 시설을 투자해서 만들어놓은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작은 길이 하나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 길을 통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서 먹고 자고 자기마을에 관광객들이 돈을 주고 기념품을 사고 그렇게 확장이 되는 거죠. 그게 바로 문화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서, 아주 느린 걸음을 통해서 굉장히 빠르게 수많은 생각을 할 겁니다. 문화가 전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도시도 그런 것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전라남도에는 슬로우시티가 네 군데나 정해져 있습니다. 슬로우 시티를 정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겁니다. 언젠가 제가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섬을 가봤더니 자동차로 꽉 미어 터져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고 슬로우시티의 의미가 없었어요. 애초부터 그 섬은 차가 못 오게 했어야 되요. 사실 연육교 얘기는 제가 어딜 가나 매일 하는 얘긴데, 그게 주민들이 편하자고 놓고 지역의 단체장들과 의원님들이 만든 거잖아요. 물론 섬을 드나들기는 편하겠지만 그 섬에 들어가서 들어간 사람이 잠도 안자고 차 트렁크에 먹을 것 잔뜩 싣고, 가장 아름답고 멋진 해변에서 다 삼겹살 구워 먹고 쓰레기 다 버리고 차타고 다시 자기 집에 가버리면 그 섬에 남는 건 뭐가 있겠어요? 좀 더 불편하게 해야 된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주장인데 제가 얘기하면 또 막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슬로우시티의 개념은 그런 겁니다. 물론 현대의 문명이 발전해서 또 다른 반대가 생겼겠지만, 전라도에 있는 음식만 먹으면 슬로우시티가 되는 겁니다.

적어도 우리가 슬로시티라는 개념을 지정했으면 그 도시 안에는 햄버거집이 없어야 됩니다. 말하자면 인스턴트식품을 파는 집이 없어야 합니다. 그 정도로 심하게 과격하게 슬로우시티를 해보셔야 합니다. 자동차는 가능하면 다니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운반수단은 마차든지 자전거든지 걷던지……. 외국에도 이런 예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섬에서 차를 일체 끊어버렸더니 관광객이 더 많이 오더라는 겁니다. 전화 끊고 TV도 없애고 문명의 이기를 다 없앤 호텔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돈도 적게 들여서 호텔을 지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더 많이 옵니다. 이런 게 바로 문화 환경으로 바꿔 놓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됩니다. 문화적인 환경으로 바꾼다는 것이 결국 사람을 조금 어느 각도에서 생각하는 거냐는 거잖아요. 옛날 같았으면 자동차 편히 다니려고 육교 만들고 지하도 만들어서 사람이 다 불편하게 다녔잖아요. 지금은 다 부숴버리는 추세잖아요. 그렇게 하니까 사람이 그 대로를 활개치고 걸어가다 보니 얼마나 편해졌어요? 그죠? 요새는 도시에 차선을 늘리는 게 아니고 차선을 줄이는 거잖아요. 차를 막히게 하자는 게 문화를 변화시키는 거잖아요. 불편해야 차를 안 타게 됩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 시간을 정해서 써야죠. 말하자면 차선을 아무리 넓히고 도로를 넓혀도 차가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왜 주말만 되면 차가 막히나?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에요. 서울에서 여기 광주로 올 때 광주까지는 잘 옵니다. 광주에서 또 내가 가고 싶은 지역으로 연계할 때 이게 뭔가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하니까 서울에서부터 차를 가지고 내려오는 것이거든요.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화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걸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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